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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속을 뻔 했네. 밴드에 여자가 관련되면 그 끝은 그리 좋지 않다는 속설을 깨 버리네..."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이것이 스파이널 탭이다(This Is Spinal Tap, 1984)"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8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롭 라이너 
출연배우: 롭 라이너(마티 디버기 역), 마이클 맥킨(데이빗 St. 허빈스 역), 크리스토퍼 게스트(나이젤 터프넬 역), 해리 쉬어러(데릭 스몰스 역)       
장르: 코미디


애초에 이 영화? 아니 다큐라고 말을 해야하나? 어쨌든 결론은 모큐멘터리로(페이크다큐) 영화를 보기전까지만 해도 진짜 spinal tap이라는 밴드가 있는 줄 알았다. 다큐를 가장한 영화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못했던 상황에서 어이없는 장면이나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드는 장면은 뭐지? 이거 진짜 이런일이 있었던 건가? 어쩌면 흑역사일수도 있는 것들을 그냥 편집도 없이 화면에 담았네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이 영화는 다큐를 가장한 모큐멘터리형식의 영화다! 그리고 엄청 웃기다. 죽기전에 꼭 봐야할 영화 1001편 뿐만 아니라 영국의 영화잡지 엠파이어에서 선정한 최고의 영화 500편 목록인 <The 500 Greatest Movies of All Time>에도 포함되어 있는 영화다. 그만큼 영화사적으로 인정을 받은 영화였다.

사실 깜박 속았던 이유가 출연한 배우들이 직접 연주를 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베이스든 기타든, 건반과 드럼이든 가짜가 아닌 진짜로 연주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출연배우 섭외 조건 중에 어느 정도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갖은 배우들로만 섭외를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깜박 속을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노래도 좋다. 80년대 초반의 하드락 감성을 물씬 느끼게 해주는 것도 어쩌면 이 영화의 장점과 흥미를 더 가미 시켜주는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애초에 드러머들이 연속 사고사를 당해왔다는 인터뷰를 보고 판단했어야 했는데(결국 현 드러머도 폭팔로 사라져 버린다.) 또 1960년대 데뷔를 했는데 80년대 초반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모습에서도 오히려 더 젊어지고 세련됨을 보여주는 멤버들을 보고 깨달았어야했다. 어쨌든 뭐 페이크든 실화이든 영화를 보는 거에는 중요하지 않았다. 보컬의 여자친구로 인해 밴드가 와해 되버리는 상황까지 가버리는 장면에서는 지난번 봤던 <시드와 낸시(Sid And Nancy, 1986)>라는 영화가 생각이 났다. 이 영화는 Sex Pistols라는 영국 펑크 밴드의 베이스를 담당했던 시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보컬 여자친구의 도 넘은 행동으로 떠났던 매니저도 돌아오고 마치 연인사이처럼 혹은 짝사랑을 하고 있는 관계처럼 갈등을 겪었던 데이빗과 나이젤은 위대한 스파이널 탭으로 관계를 회복한다.

 

가볍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으며 새로운 장르(요즘은 흔한 장르겠지만)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한창 밴드할 때 이 영화를 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국내에는 정식 개봉을 하지 않아 네이버 평점은 막혀 있어 반응들을 알 수 없었지만 다음에서는 6.6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이 글을 쓰고 평점을 정상화시켜야겠다.)

평점현황

네이버: 알수 없음

다음: 6.6.(6명)

IMDB: 7.9(127,90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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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는 없어보이는데 뭔가 상당히 특이한 영화다. 켄 러셀이라는 독특한 감독을 알게 된 것으로 만족하자."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상태 개조(Altered States, 1980)"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7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켄 러셀   
출연배우: 윌리엄 허트, 블레어 브라운, 밥 발라반, 찰스 하이드      
장르: 드라마, 판타지, 공포


영화를 보고 나니 표지를 보고 내가 상상했던 영화와는 좀 많이 달랐다. 이 표지에서 느껴지는 첫 느낌은 뭐랄까 평범한 사람이 이상한 실험을 받아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겨나게 되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리는 줄 알았다. 더불어 당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법한 것을 비판하는 영화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면에서는 혹시나 S.F느낌의 영화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 이유는 뜬금없이 폴 버호벤 감독의 <토탈 리콜(Total Recall, 1990)>이라는 영화가 생각났기 때문이다.(이건 아마도 실제로 겪지는 않았지만 경험한 것처럼 기억을 이식시켜주는 듯한 표지? 때문일 수도)

하지만 둘 다 아니었다. 상태개조라는 말 자체가 어쩌면 이 영화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하고 적나라한 제목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심리학과 교수인 제섭박사는 전의식이든 무의식이든 각종 실험과 약물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을 일깨워줄 수 있으며 그 과정들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라는 진리를 알고자 한다. 그 실험에 너무 몰입해 본인이 실험대상자가 되고 멀리 멕시코에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까지 찾아가 마법버섯의 약물까지 얻어온다.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은 흡사 약물에 중독된 환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실험이 계속되던 중 부작용인지 연구의 성과인지는 몰라도 인간 태초의 무의식속에 있던 유인원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곤 폭주... 사람을 죽일뻔 하며 동물원의 초식동물들을 괴롭힌다. 이 결과를 통해서 자기의 가설이 들어맞았다는 사실에 흥분하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그의 아내 에밀리의 사랑으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실험을 포기한다는 결말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영화는 지루할만큼이나 특별한 것은 없었다. 자극적인 편집과 화면들로 가득차(번쩍 번쩍, 우르르 쾅쾅쾅)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도움이 되었다면야 아! 인생작이다. 정말 오랜만에 영화다운 영화를 봤구나 했을 텐데 그럴 정도는 아니었다. 살짝 독특한 주제를 좀 특이한 영화? 이 정도로만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영화보다도 이 영화의 감독인 켄 러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무슨 약빨고 이런 스타일의 영화를 생각했을까? 지금도 일반적이지 않은 영화 스타일인데 제작당시에는 거의 충격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한다. 그의 필모를 보니 대부분 특이한 스타일의 영화가 많던데 어떤 영화들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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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살해당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면  너무나 평범한 인물의 외로운 복수는 정당했을까? 대부분의 복수를 다루는 영화는 비슷한 결말을 갖고 있다."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블루 루인(Blue Ruin, 2013)"다.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한글자막을 지원한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7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제레미 솔니에  
출연배우: 마콘 블레어, 데빈 라트레이, 에이미 하그리브즈, 케빈 콜락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우리나라에서는 정식으로 개봉되지 않았던 영화. 국내에는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스케이프 감독 부분의 후보로 소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그리 많지 않은 대사와 역동적이거나 정신사납지 않은 정적인 느낌의 스릴러 영화면서 '복수'를 다룬다. 자세하게 말하면 부모님의 복수다.

영화는 한 남자가 욕실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마치 자기 집처럼 보이지만 집주인이 잠깐 외출한 집에 몰래 들어가 볼일을 본 한 노숙자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해변가 주차장 고물차에서 노숙생활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지역경찰이 그를 찾아와 부모님을 살해한 살인자가 석방이 되었다는 소식 알려준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드와이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복수자가 아니다. 차근차근 완벽하게 복수 계획을 꾸미거나 준비하는, 냉철하면서 기민한 그런 캐릭터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 우리 근처에서 살고 있는 일반인과 다를 게 없는 인물이다. 누군가를 해한다는 건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거리가 먼 일반인이다. 흔히 복수를 꿈꾸는 캐릭터는 복수를 위해서 자기 자신을 단련한다거나 무기를 수집하고, 상대방의 동선을 파악하며 성공이나 실패라는 결과를 준비하는 캐릭터지만 여기의 드와이트는 복수는 감히 실행조차 할 생각 조차 엄두를 못내는 그런 평범하고 소심한 인물이다. 어쩌면 예전에 봤던 <방황하는 칼날(Broken, 2013)>에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치던 '이상현(정재영)'과 비슷한 점이 많다

2020.11.24 - [영화/넷플릭스관] - 방황하는 칼날(Broken, 2013)

 

방황하는 칼날(Broken, 2013)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추운 겨울날 배우들이 고생한거에 비해 그저 그러했던 영화. 복수라는 매력적인 소재가 현실과 허구를 비효율적으로 설정한 상현씨 때문이 아닐까..." - 이번 영화는

koolsou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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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가 갖고 있는 복수심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었으면(영화에서는 부모와의 관계는 다루지 않는다. 가족은 단지 누나 정도만) 자신과는 상대가 되지 않는 상대방을 들이 받으려고 하는 것일까. 부모님을 죽인 살인범 가족 전체가 일반적인 가정이 아니다. 구성원 전부가 폭력적이며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총기 수집에 몰두한 가족들이다. 미국에서는 그 흔하다는 총도 없어 총기를 구입하려다 총기 가격 때문에 포기하고 어렵게 훔쳐낸 총마져도 사용하지 못하고 단지 칼 하나로 출소 파티를 즐기던 살해범을 죽이려 했을까(성공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하나 뿐인 가족, 누나의 존재가 발각되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과 자신도 결국 상대방과 다를 것이 없는 존재가 되버렸다는 것에 고민이 없었을까 싶다.(결국 드와이트도 상대방 가족의 적이 된다. 언젠가 꼭 죽여버려야할 존재 말이다.)어쩌면 이성이 마비도 거기까진 생각 못 했을수도 있다. 또 그나마 다행인 건 그 가족들이 전부 또라이라는 사실이다.

 

 
블루 루인
노숙자로 방랑하던 드와이트는 가족의 원수가 출소했다는 소식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피비린내 나는 복수의 세계로 스스로를 던진다. 동류의 많은 서사들이 주인공이 결단에 이르기까지의 도덕적 고뇌와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서스펜스를 천천히 쌓아가지만, <블루 루인>은 클라이맥스에 나올 법한 복수가 초반부에 갑작스레 이뤄진다. 오히려 감독은 '피가 피를 부르는 복수의 굴레'라는 고전적인 플롯에 의외의 전환점들을 배치하는 한편, 드와이트가 암살자로 변모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도시의 잉여 공간에 기생해 살던 주인공이 주변의 지형지물과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 다수의 적과 벌이는 사투에서 관객은 광장공포와 폐쇄공포 사이를 오가며 포식자와 피식자의 처절한 역학을 체험할 수 있다. 놀라울 정도로 우직한 캐릭터 드라마의 정공법으로 그려진 주인공의 가파른 몰락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주인공의 기원과 잃어버린 시간들이 실체를 드러내며 가족드라마라는 또 하나의 결을 만든다.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_박홍식)
평점
6.1 (2013.01.01 개봉)
감독
제레미 솔니에
출연
메이컨 블레어, 데빈 래트레이, 에이미 하그리브스, 케빈 콜랙, 이브 플럼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이라고 어느 한쪽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또는 복수심이 가라앉지 않는 이상 끝임없이 반복된다. 그 점에서 드와이트의 결말은 이미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좋은 스토리는 알고보니 가족 전체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이어서 상대방 전체를 몰살시키고 응당 행위에 맞게 감옥에 가는 것이거나 복수를 성공한 뒤 자살하여 복수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는 전자와 후자 살짝 섞어 결말을 맺는다. 클레랜드 가족을 전부 몰살시키는 과정에서 '어차피 서로 쌤쌤이지 않느냐 이제 서로 괴롭히지 말고 모른척 살아가자. 대신 난 감옥에 들어가겠다' 라고 그들을 설득하려했지만 그들 특성상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드와이트는 어차피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찾아 간 것일 수도 있다. 누나와 조카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그들과의 대결에서 부상을 당하게 되는 드와이트는 죽음을 맞이한다.

 

왜 이런 설정을 집어 넣었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런 설정 때문에 여운이 길게 남는 영화가 된다는 점에서 나쁜 장치만은 아닌거 같다. 아무튼 드와이트 부모님을 죽인 살인범의 존재는 따로 있다는 것과 그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을 알게 되는 장면 말이다. 먼저 드와이트가 복수한 살인범(웨이드 클레랜드)이 진범이 아니었다. 진짜 진범은 웨이드 클레랜드의 아버지였다는 것인데 아버지 대신 아들이 감옥에 간 이유는 암에 걸린 아버지가 얼마 살지 못할 텐데 감옥에서 죽게 만들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이런 효자가 어디 있을까.) 또 살인 사건이 발생한 원인은 드와이트의 아버지가 자기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안 클레랜드 아버지가 분노해(심신미약 상태) 벌인 살인이라는 것이다. 웨이드의 동생이 죽기 전에 드와이트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는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드와이트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자신이 저지르고 있는 이 복수가 정당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내면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쩌면 그 사실이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영화를 보는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웠다. 

 

어쨌든 뭐 간만에 웰메이드까진 아니어도 인상적인 영화를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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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기 시리즈 스무번 째 영화, 마지막 장면은 슬프다 못해 상상이 아닌 진실로 믿고 싶다."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판의 미로 - 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El Laberinto Del Fauno, Pan's Labyrinth, 2006)"다. 국내 판매점에서 구입했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10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 정말 싫습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강력한 스포일러 포함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 
출연배우: 이바나 바쿠에로(오필리아 역), 더그 존스(판 역), 세르지 로페즈(비달 역), 아리아드나 길(카르멘 역)  

장르: 드라마, 전쟁, 판타지


길예르모 델토로 감독 영화를 다 챙겨보진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이 감독의 영화는 정말 마음에 든다. 이상하다. 다 챙겨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많이 본 편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이 영화로 인해서 그런 생각이 더 뿌리깊게 박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현실과 환상을 시대적 아픔과 함께 풀어나가며 아름다우면서도 너무도 슬픈 영화 한 편을 만들어냈다. 잔혹하리만큼 아픈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오필리아가 3개의 수수께끼와 과제를 풀어내 지하왕국으로 돌아가는 장면에서 만큼은 어린아이의 상상이 아닌 진실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너무도 컸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슬프다 못해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재혼을 하게 된 엄마를 따라 새아빠가 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진지를 구축한 곳으로 간다. 임신한 몸이고 장거리 여행은 무리지만 자식은 아버지가 있는 곳에서 낳아야한다며 그곳으로 불러들인다. 몸이 쇠약해진 엄마로 인해 잠시 쉬던 곳에 있던 조각상...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영화의 기본 시대적 배경은 스페인 내전시기이며 1936년에서 1939년 사이 인민전선 정권과 프랑코 장군이 이끄는 반군 사이에 벌어진 그 내전이다. 새아빠는 프랑코 장군의 수하이며 인민전선 정권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의 성격은 냉혈하며 체계적이고 잔혹하다. 이건 아마도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은 경험에서 기인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버지의 유품인 시계를 애지중지하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 모습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엄마의 출산과 토벌 작전이 완수될 때까지 머물러야할 방앗간 옆에 위치하고 있는 판의 미로... 이 곳이 지하왕국과 연결되는 통로이자 오필리아와 판의 만남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인물. 위의 메르세데스는 인민전선으로 활동중인 남자친구에게 반군의 정보와 갖은 물자를 지원해주기 위해 비달대위의 시중을 들고 있으며, 페레로이 박사는 마을 의사이자 비달대위에 대한 적개심과 반군에 대한 반감으로 메르세데스와 함께 인민전선을 돕고 있다. 그는 또한 몸이 약한 오필리아의 엄마의 주치의 역할도 한다.

비달 대위의 잔혹함과 냉혹함을 볼 수 있는 장면. 아무렇지도 않게 부자지간을 살해한다.(정말 그들 가방에는 사냥한 토끼가 나온다.) 또한 그의 성격을 대변하는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시계를 관리하는 장면이다.

낯부터 대벌레처럼 생긴 곤충이(오필리아는 그 곤충을 요정으로 판단한다.) 오필리아를 아까 그 미로의 중간(지하왕국과 연결된)으로 안내한다. 그곳에서 오필리아는 판을 만나게 되고... 오필리아의 비밀을 알려준다. 너는 지하왕국의 공주였지만 지상세계가 너무 궁금해 지상세계로 나왔지만 그 뒤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채 살고 있었다. 지하왕국에서 아버지가 너를 무척이도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어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고 3가지 과제를 수행하면 지하왕국으로 갈 수 있다고 알려준다. 갑자기 튀어 나와 뜻 모를 소리를 하지만 오필리아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시키게 되고 모안나 공주 였다는 증거는 그녀의 어깨에 있다고 알려준다. 아마도 아픈 엄마, 싫은 새아빠 이 모든 것들이 오필리아에게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그 와중에 비달 대위에게 발각될 뻔한 인민전선 대원들 가운데 저 분이 바로 메르세데스 남자친구분이시다. 아까 의사선생에게 전달받은 항생제를 발결한 비달 대위는 주변에 그들이 잠복해 있다라는 것을 알아채고 조만간 모조리 소탕할 것이라고 큰소리친다.

 

판에게 받은 선택의 책은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책이다. 혼자 있을 때 그리고 마음 먹었을 때 과제를 그림책처럼 보여준다. 첫번째 과제는 오랫동안 살아온 무화과 나무가 죽어가고 있는데 그 원인은 무화과 나무밑에서 살고 있는 두꺼비 때문이다. 그 두꺼비를 처치하고 두꺼비가 삼킨 열쇠를 찾는 것이다.

 

죽어가고 있는 무화과 나무. 이 나무 밑둥에는 두꺼비가 살고 있다. 뭔가 나무 조차도 환상적이지 않은가... 감독의 이런 센스는 영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판이 준 아이템으로 두꺼비를 물리쳤다. 두꺼비 몸 전체가 위장으로 이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걸 토해내고 두꺼비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그 안에서 보이는 열쇠.

프랑코 정부에 협조적인 지역 유지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오필리아의 엄마는 무안을 당한다. 어떻게 보면 비달 대위에게 그녀는 그냥 자기 애를 낳을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인민전선에게 도움을 주던 의사 양반이 드디어 적극적으로 그들을 돕기 시작한다. 스페인 내전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스페인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대다수 민중들은 어느 편을 지지했던 것일까.(영화에서 보자면 프랑코 정부가 아닌 인민전선을 지지 했을 것으로 본다.)

 

두번째 수수께끼. 판이 준 아이템(분필과 모레시계)과 이전 퀘스트에서 획득한 열쇠가 두번째 과제 해결의 중요한 아이템이다. 첫째 분필로 벽에 문을 그리면 두번째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곳으로 연결된다. 둘째 모래시계가 다 떨어지기전 까지 되돌아와야한다. 셋째 그 공간에 있는 그 어떤 먹을 것도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두번째 과제의 보스 몹. 그가 앉아 있는 곳은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이다. 하지만 그는 그 음식을 먹지 못한다. 그가 먹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마지막 사진에 나온 것처럼 어린아이와 아기들을 잡아먹는 괴물이다. 그는 보지 못하지만 탐욕과 자제력을 모르는 이는 귀신같이 볼 수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필리아는 두 번째 과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목표 때문에 무난하게 아이템을 획득한다. 이 아이템 역시 세번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다.

 

하지만 과제를 해결했다는 안도감때문인지 긴장이 사라지고 눈앞에 펼쳐진 진수성찬에 이성을 잃고 지켜야할 규칙을 깨버린다.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본 괴물... 얼릉 도망쳐야한다. 애꿎은 요정 두마리만 괴물에게 잡혀먹히고 만다.

 

보름달이 뜨기전까지 3가지 과제를 해결하면 지하왕국으로 가는 문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판에게 들은 오필리아는 두번째 과제를 마치고나서 한동안 세번째 과제를 시도하지 못한다. 그녀의 엄마가 날이 갈수록 몸이 쇠약해져 엄마에 대한 걱정 때문에 아무것도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판은 맨드레이크 뿌리를 준다. 따뜻한 우유가 담긴 그릇에 그 뿌리를 두고 엄마 침대 밑에 놔둔다. 하루에 피 두방울씩 준다면 엄마는 건강을 되찾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계속해서 비달대위와 인민전선의 대결양상은 심해지고 있다. 조만간 어느 한쪽은 파멸을 맞을 것처럼...

포로를 고문하고...

인민전선의 편에 섰다라는 것을 알게 된 의사를 죽이고...

맨드레이크 뿌리를 화형시켜(실제로는 엄마가 던진 거지만 그러기까지의 과정에 비달 대위가 한 몫을 한다.) 점점 파국을 몰고 간다. 이 사건으로 인해 엄마는 오필리아의 동생 비달 대위가 그렇게도 기다렸던 남동생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혼자 남게 된 오필리아는 진짜 더 이상 비극적인 현실세계에서 벗어나서 동생과 함께 공주로 지내던 지하세계로 가려고 한다.

 

판을 만난 오필리아. 판이 알려주는 세번째 과제는 도저히 그녀로써는 해결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과제였다. 지하왕국으로 통하는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이자 세번째 과제는 순수한 피 한 방울이다. 오필리아는 동생을 죽이고 자기 혼자 지하왕국으로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이야기 한다. 판은 아쉽지만 그녀의 선택을 받아들인다.

 

어른들의 눈에는 판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동생을 빼앗아 가는 비달 대위(수면제를 그렇게 탔는데도 끝까지 오필리아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무섭기까지 하다.)

 

그렇게 비달 대위에게 총을 맞고 쓰러지는 오필리아...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지하왕국으로의 귀환은 물거품이 되는 것처럼 보인다.

 

인민전선에 함락된 본부. 비달대위는 자기의 죽음을 알고 있기에 아들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하지만 메르세데스는 단칼에 거절해버린다. 이 아이는 비달 대위의 아들이 아닌 인민전선의 아들로 자랄것이다.

그녀의 손에서 떨어지는 핏방울. 그 핏방울은 지하 왕국을 연결되어 있다는 곳으로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다.

 

그리고 드디어 열린 지하 왕국의 문. 모두들 그녀를 기다리고 있으며 마지막 세번째 과제를 해결한 오필리아를 환대해준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쉬운 과제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웠던 과제. 세번째 과제의 해답은 자기만을 위해 동생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희생을 통해 지하왕국으로 돌아오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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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궁금했던 소재. 멀쩡한 사람이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처럼 똑같은 치료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뭐 사실 영화의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다. "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충격의 복도(Shock Corridor, 1963)"다.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한글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보류하겠다.(80년 이전 작품은)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사무엘 풀러
출연배우: 피터 브렉, 콘스탄스 타워즈, 진 에반스, 제임스 베스트        
장르: 미스테리, 드라마 


그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일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현대 사회에서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지만) 일정기간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환자들과 똑같은 치료를 받고 그들과 생활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무런 변화없이 입원하기전과 동일할까? 아니면 이슬비 속에서 빗물이 조금씩 스며들다 결국은 젖어버리는 옷처럼 나도 모르게 정신병을 얻게 될까? 아무래도 난 후자가 더 타당하다고 본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활동범위가 지극히 한정된 곳에서 생활하여야만 하고 일상에서는 전혀 겪어보지 못할 치료나 약물을 접해야하며, 폐쇄된 공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다 환자라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병에 걸리진 않더라도 적어도 사람이 변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군생활을 해 본 남자라면 아마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 영화도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퓰리처상에 목을 메는 엘리트 출신의 기자 자니 배릿은 정신병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쳐 기자로써 최고의 영광인 퓰리처상 수상을 노린다. 그는 정신병원에 기자로써 취재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 여동생에게 성적으로 집착하는 정신병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해 살인사건이 벌어진 정신병원에 잠입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여자친구이자 여동생역을 한 캐시는 여자의 육감으로 파멸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하고 극구 반대해왔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목격자가 4명이나 되지만 하루중 온전한 정신이 돌아오는 경우는 아주 짧은 시간이라 그들을 상대로 살인사건의 전모를 밝히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였다.(여기서 의문점이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목격한 것을 정신이 온전하다고 기억할 수 있을지..그게 가능한 것일까?)그러는 사이 그는 여자친구에 대한 남자로써의 불안감과 시간은 점점 흐르는 데 이렇다할 결과물이 없다는 것에 대한 초조함, 다른 정신병자들과 같은 치료를 받아서 생기는 문제점, 한정된 공간과 주변이라곤 자기와는 다른 비정상적인 사람들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점점 본인도 이상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현재의 고통이 퓰리처상이라는 보상으로 꿋꿋이 버텨낸다. 결국 살인범을 밝혀내고 그는 기자로써의 최고의 영예인 퓰리처상을 수상하게 된다. 하지만 결말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긴장성 정신분열로 모든 걸 잃고 만다.

 

 

사실 결말이 내가 예상한데로 이렇게 비극적으로 끝날지는 몰랐다. 왜냐하면 이전 영화였던 <네이키드 키스(The Naked Kiss, 1964)>에서도 여주인공이 최악의 상황에 빠져서 부호의 전재산을 가로채려한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받고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려던 상황에서 기사회생하는(너무도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진다.)모습에서 사무엘풀러 감독의 스타일인가보다라는 생각을 했고 이 영화 또한 암울한 결말처럼 보이다가 해피엔딩으로 끝날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니었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영화에서 등장하는 목격자 4명, 각각 정신병에 걸리게 된 상황을 통해서 그는 미국의 현실을 비판하려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한다. 잠시마나 멀쩡한 상태로 돌아오는 그들에게서 들려오는 이야기와, 그들이 정신병원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면은 자연스럽게 그런생각이 들게 된다. 당대 최고의 핵물리학자인 보든박사를 통해서 소련과 군비경쟁에서 오는 인간성의 말살과 도구로 전락해 버리는 현실을, 트렌트를 통해서 인종차별 및 갈등 문제를(흑인인 그가 정신이 나가면 KKK 단장이 된다.) 스튜어트를 통해서는 한국전쟁에서 소련군에게 투항했다는 이유로 변절자라 낙인찍히고 평생을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참전군인의 상황을 보여준다. 

 

 

사무엘 풀러라는 감독에 대해서는 지난번 영화에 이어서 이번에 본 영화 두편 뿐이지만 영화사에서 언급될 만한 감독이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는 기회가 되었다. 너무너무 재미있다 정도는 아니어도 영화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봐야할 영화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서 문득 흑백영화에서 목격자들의 회상장면은 컬러로 나오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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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없음 그냥 봐! 이건가? 헐리우드에 입성하는 타이어라... 감독이 심정인가? 헐리우드 시스템은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기존에 것은 다 터뜨려 버리겠다는...?"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루버(Rubber, 2010)"다.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6점(이상할 정도로 파격적인 독립영화라 판단이 서질 않음)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쿠엔틴 듀피욱스   
출연배우: 스티븐 스피넬라(류테넌트 채드 역), 잭 플로닉(어카운턴트 역), 윙스 하우저(맨 인 휠체어 역), 록산느 메스퀘다(쉬러 역) 
장르: 코미디, 판타지, 공포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E.T.에서 이티의 피부색은 왜 갈색일까? "이유없음", 러브 스토리에서 두 연인은 서로에게 미친

듯이 사랑에 빠졌을까? "이유없음", 올리브스톤 감독의 J.F.K에서 케네디 대통령은 낯선 사람에게 암살을 당했을까? "이유없음", 토비 후퍼 감독의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살인마는 왜 일반 사람들처럼 화장실에 가 손을 씻는 것을 보지 못했을까? "이유없음", 설상가상으로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에서, 이 사람은 피아노를 그렇게 잘 치는데 왜 그렇게 숨어서 부랑자처럼 살아야 하는가? 다시 한 번 답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예들은 몇 시간이라고도 이야기 할 수 있다.우리들은 아마 이것들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을것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들이 예외 없이 이런 아무 이유 없음이 중요한 요소로 포함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우리의 삶 자체가 아무런 이유 없는 것들이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왜 공기를 볼 수 없는 것인가? 이것 또한 아무 이유가 없다.

 

이런 도발적인 멘트로 이 영화는 시작한다. 그렇다 아무 이유 없는 것들이 우리의 삶 곳곳에 도처에 너무도 많다. 이유 없이 벌어지는 것들은 없다는 인과적인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우리는 그러한 것들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던 것들이 어쩌면 아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아무튼 그런 감독의 도발적인 멘트는 감독의 대리자이자 분신같은 캐릭터 채드를 통해 이 영화도 그런 아무 이유 없음으로 가득차 있으니 그냥 보라고 강요한다. 

 

사막한가운데 일군의 사람들이 모여있고 그들에게 망원경이 지급된다. 지금부터 그들은 망원경을 통해 극장의 관객들처럼 자아를 갖고 갑자기 태어난 타이어의 모험을 보게 될 것이다. 그 타이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성나 있다.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초능력(염력)으로 모든 걸 터뜨려 죽인다. 그게 곤충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기계든... 그런 가운데 한 여성을 보게 되고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스토킹이 시작된다. 타이어 눈높이와 행동과 움직임으로.. 그러가도 타인들에게 방해를 받는다면 가차없이 머리를 터뜨려 버린다. 이유는 없다. TV보는 것을 좋아하며 이쁜 여자를 좋아하고 폭력적인것 또한 좋아한다. 앞서 일군의 관객들은 망원경으로 그 모습을 보면서 온갖 야유를 퍼부으며 타이어의 행동에 대해서 평가하고 예측한다.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해야 끝이 날까? 또 어떻게 끝을 낼까? 이 사건을 종료시킬(영화를 마무리 짓는 것)수 있는 방법은 앞서 일군의 관객들이 사라져 버리는면 되는 것이다. 이건 영화니까... 그럼 죽이자. 독을 탄 음식으로 그 관객들을 죽이려 시도하지만 고집센 맨 인 휠체어는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도 궁금해 음식조차 거부한다. 이로써 이야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결말이 어떻게 되든 말이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영화에 대한 것을 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감독이 영화를 만들고 관객들이 그 영화를 보며 평가하고 반응하는 것들, 이런 일련의 영화라는 매체가 갖는 특징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고 생각 된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만이 영화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보는 관객이 단 한 명도 남지 않는 것 또한 그 영화가 끝났다라는 것을 보여준다. 단 한 명이라도 영화관에서 그 영화를 본다면 엔딩 크레딧이 올라기기 전까지는 그 영화는 끝난 것이 아니다. 만약 영화 제작 실시간으로 감독이 관객들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관객들을 위해서 감독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관객들의 입맛에 맞춰서 수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까지 영화의 내용이 도저히 수습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막장으로 치닫는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방법은 단 한 가지 그 관객을 쫓아 버리면 된다. 

 

걷잡을 수 없는 사건들이 걷잡을 수 없이 계속 발생하는 가운데 그 도시의 경찰 서장인 채드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한다. 일군의 관객들을 모조리 죽인다면 그 사건은 해결될 것이고, 또한 이건 영화니까 그 사건은 다 가짜라는 것이 드러나 사건을 해결하지 않아도 해피엔딩으로 끝을 낼 수가 있다. 그래서 독살을 꾸미지만 한 고집센 노인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다. 어떻게든 결말은 지어야 겠는데, 마땅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까지 뭐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싸이코패스 살인마 타이어를 쫓는다. 근데 관객이 보기에 너무 답답하게 행동을 한다. 이에 빡이 친 그 고집센 노인이 사건 한 가운데로 들어선다. 채드에게 이리이리해서 해결해 보라고 더 이상 답답해서 보기 힘들다고 조언을 하지만 영화 한가운데로 들어선 그 고집센 관객 또한 어느새 영화의 일부가 되어 살인마 타이어에게 살해 당하고 만다. 이제 더이상 관객이 없으니 영화는 뭐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다. 결국 제대로 화가 난 채드는 산탄총으로 타이어를 처리하고 사건을 해결된듯 싶지만 세발자전거로 환생, 이야기는 다시 진행 된다. 이제는 헐리우드로...

 

글을 쓰다보니 "이유없음"이라는 이 영화의 두괄식 표현과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느낀 위의 글과는 매치가 되지 않는 것 같다. 단선적으로 보이는 데로 느낀 바대로 글을 쓴거라 실제로 "이유없음"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실제로 그냥 아무 이유없으니까 봐!라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다른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그건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각각의 판단에 맡기자. 이유없이 그냥 진행되는 데로 보자. 나도 모르게 영화의 한 부분이 되어 간섭하다 보면 오늘 밤 꿈에 타이거 나타날수도....

 

독립영화치고(영화의 테크니컬 스펙을 보니 Canon EOS 5D Mark II로 작업했다고 한다. 2010년에) 이런 저런 재미와 특수효과를 볼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CG의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타이어의 움직임과 세발자전거의 움직임들이 참 신기했다. 어떤 방식으로 찍었는지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볼 만한 영화다. 글을 쓰다보니 내가 매긴 6점이라는 평점은 사실 잘 못된 평점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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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믿고 보는 트로마 영화들. 너무 재미있었다. 심지어 뮤지컬이라고 음악도 너무 좋네!"


- 이번 DVD 타이틀은 "카니발 더 뮤지컬(Alferd Packer: The Musical, 1996)"다.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한글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9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 정말 싫습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트레이 파커

출연배우: 트레이 파커(알프레드 파커 역), 다이안 베차(조지 눈 역), 맷 스톤(제임스 험프리 역), 스탠 브래키지(눈즈 파더 역)  
장르: 코미디, 뮤지컬, 스릴러, 서부


정말 이제는 믿고 보는 트로마사 영화들이다. 걱정일랑 하덜 말어. 니혼진 인디언 부족에선 진짜 무슨 약을 빨았기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일본말과 영어가 넘나들고 진심 미친듯ㅋㅋ, 가라데 수련은 또 뭔지...). 너무 유쾌하고 너무 재미있고 너무 즐겁다. 다시 한 번 또 느끼는 거지만 트레이 파커 이 분 정말 능력자라는 생각뿐이 안 든다. 사실 영화의 알프레드 패커라는 인물 자체가 실제로 실존했던 인물이고 이 영화 자체도 실화를 코믹스럽게 만든 영화인데 그 알프레드 패커는 인육을 먹어치운 끔찍한 세계의 식인살인마 3인에 꼽히기도 한다. 

 

실제로도 단지 콜로라도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아무런 정보나 지도도 없이 길잡이 역할을 맡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에서는 일확천금에 눈이 멀어(골드러쉬 시대이니) 콜로라도 산맥을 향하는 모습부터가 너무 무모하며, 우습다. 또 그 알프레드 패커라는 인물 자체가 어딘거 너드스러운 면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사람이 아닌 어렸을적부터 같이 지내오던 말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이라니... 마치 이건 레드 데드 리뎀션 1편의 한 서브 퀘스트의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변태 느낌도 물씬 든다. 

 

 

어쨌든 패커의 길잡이로 콜로라도 산맥을 찾아가는 동료들 조차도 엄청나다. 한 명은 섹스라는 것이 목표인 삶을 살아가고 한 명은 몰몬교 목사로 교회를 짓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제일 또라이 같고 또 다른 한 명은 매사 부정적인 생각만 갖고 있는 투덜이 스타일의 전직 도살자에 끝으로 패커에게 유달리 호의를 보이는 매사 긍정적인 인물이 등장한다. 너무도 다르고 너무도 독특한 캐릭터들의 파티이니 얼마나 웃기겠는가. 조난당하기까지의 에피소드는 유치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코믹스러워 한 번씩 빵빵 터뜨리게 만든다. 

 

그것만이 다가 아니다. 이 영화 심지어 뮤지컬이다. 중간 중간 대사는 노래로 하는데 그 노래 생각보다 좋다. 이 부분에서 정말 놀랍기도 했고 또 트레이 파커 참 대단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엉망진창 코미디 영화라 생각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어? 노래 생각보다 좋잖아?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다. 심지어 노래도 좋다니!! 이러니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이 안 생길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트로마에서 트레이 파커와 함께 또 무슨 또라이 영화를 어떻게 만든거야 지난번 <오가즈모(Orgazmo, 1997)>와 비슷한 영화를 만든건가? 아니면 그냥 그런 거 없이 하드코어 고어스러운 영화인거야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전자였다.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이도 저도 아닌 어설픈 영화보다 이런 대놓고 B급 영화가 영화사적으로나 관객의 입장에서나 더 유익하고 보람된다. 그리고 아직 보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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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대놓고 B급의 명가 트로마!! 진지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로이드 카우프만님 감사."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톡식 어벤저(The Toxic Avenger, 1985)"다.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한글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7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마이클 허즈, 로이드 카우프만

출연배우: 앤드리 머랜다, 밋첼 코엔, 팻 라이언, 제니퍼 프리처드  

장르: 액션, 코미디, 공포, SF


"트로마"라는 저예산 컬트 독립영화 제작사를 알게 된 것은 지난번 <트로미오와 줄리엣(Tromeo And Juliet, 1996)>이라는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였다.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대놓고 B급 중에 B급이라는 사실을 영화 전반에 깔아놓을 정도로 대단했었다. 그 뒤로 시간이 되면 또 기회가 되면 트로마에서 제작한 영화를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 톡식 어벤져가 바로 그 주인공이 되었다. 

 

어설픈 특수효과와 암묵적인 룰(미국영화에서 어린 아이는 죽지 않는다. 동물 특히 개는 죽이지 않는다.)은 개나 줘버리는 것이 아마 이 영화의 대표성이 아닐까? 어쨌든 난 그런면에서 이 영화 특히 트로마 제작사가 마음에 든다. 어차피 평점을 메기는 것이야 이 영화에 있어서는 의미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이 든다.(애초에 평점, 흥행, 작품성을 노렸다면 이런 영화는 만들지 않았겠지) 그렇기에 이 영화에서 IMDB 평점이든 메타스코어든 그냥 의미 없다고 본다. 

 

 

다들 알 것이다 이 번 영화는 얼마나 더 병신 같을까. 얼마나 더 엽기적이고(잔인한 의미의 엽기적이기보다 코믹적인 엽기) 티가 나는 장면들이 많을까. 아무튼 이런 기대감으로 이 영화를 볼 것이다. 암만 생각해 봐도 유독폐기물을 운반하는 데 드럼통도 아니고 잔반통 같은 것으로 옮겨... 또 운전사들이 약쟁이임. 약 빨기 위해서 잠시 정차하는 곳이 하필이면 시내 한복판 대낮이고 말이다... 이 정도면 그냥 이성을 마비시키고 눈에 들어오는 데로 봐야할 영화라고 생각한다.

 

루저 급의 주인공인 멜빈은 트로마빌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헬스클럽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간다. 사람은 착하지만 멍청해 보이고 나약하며 말도 더듬어 소위 잘 나간다는 젊은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는데 왕따를 당하던 와중에 앞서 언급한 그 유독폐기물을 옮기던 차량에 떨어지면서 톡식 어벤져로 다시 태어난다. 얼굴은 좀 찌그러져버렸지만 우람한 근육과 엄청난 힘을 소유하게 된다. 그러면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악당을 알아보는 능력이 생기고 목적과 의도 없이 저절로 그들을 처형해야만 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러던 그는 경찰들 보다 더 범죄소탕 능력에 탁월함을 보이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떠받는다. 그러면서 여자친구도 생기게 된다.

 

특별하게 꼬는 것 없이 단선적이 스토리이기 때문에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무슨 병신같은 상황과 장면이 나올까 이런 걸로 기대하며 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에 알게된 사실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으로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이 방한했던 적도 있고 다른 외국 영화관련자들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더더욱 트로마표 영화를 챙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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