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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선글라스와 한글 메뉴가 인상적이면서도 시대극만 봤던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현대극 스릴러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은 감독 중에 하나."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크라이테리언 콜렉션의 "천국과 지옥(天國と地獄, Heaven And Hell, 1963)"이다. 아마존에서 구입했고 한글자막은 지원하지 않는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만점 중에 10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배우: 미후네 도시로, 나카다이 타츠야, 카가와쿄코, 미하시타츠야     
장르: 범죄,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오랜만에 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그의 필모에 올라온 영화를 많이 본 편은 아니지만(현재까지 이 영화를 포함해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Seven Samurai, 1954)>까지 2편 뿐임) 그의 영화에는 이 시대의 다른 일본 영화와는 다른 강렬함이 느껴져 남달리 인상 깊게 각인이 되었다.(마치 여러 작품을 본 듯한 착각) 또한 개인적으로 선망하는 스타일이며 배우인 미후네 도시로(선이 굵은 인상으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가 이 영화의 주연 캐릭터인 곤도역으로 등장한다. 아무튼 지난번 봤던 7인의 사무라이가 시대극이라면 이 번 영화는 스릴러 현대극이다.

영화 초반은 폐쇄적인 공간이자 가장 심리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장소인 집에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전체 분량중에 결코 짧지 않은 분량이 그 한정된 공간에서 풀어나가는 데 마치 영화의 모든 걸 쏟아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는 영화인지 연극인지 모를 정도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야기 전부를 다루는 시드리 루멧 감독의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 1957)>라는 영화와도 비슷했다. 이는 웬만한 내공을 가지고 있는 감독과 뛰어난 시나리오, 그리고 배우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시도이자 연출이 아닐까 생각된다.

 

영화의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으며 어쩌면 너무도 단순한 내용일 수도 있다. 나름 완벽함을 추구하는 여성화 회사의 중역인 곤도는 사장에게 불만을 갖고 있는 다른 중역들에게 이사회를 거쳐 사장을 퇴진시키자는 회유를 받게 된다. 하지만 생산하는 제품에 대한 생각과 추구하는 목적자체가 그들과는 다른 곤도는 그들의 회유를 뿌리치고 자기만의 길을 가려고 마음 먹게 된다. 하지만 욕심쟁이 이사들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이미 나름 손을 써둔 상황에서 갑자기 사건이 벌어진다. 곤도의 아들이 유괴된 것.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오고 그때부터 모든 계획은 틀어지기 시작한다. 유괴범은 3천만엔을 요구한다. 1963년에 3천만엔, 현재 환율로 3억1천만원이라는 거금을 요구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곤도의 아들이 아닌 곤도 운전기사의 아들을 유괴한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부턴 다른 고민에 빠지게 된다. 뜻대로 회사를 사느냐, 사람 목숨을 구하느냐...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유괴범을 잡는 과정은 현재의 스릴러 영화 만큼이나 세련되고 긴장감이 넘쳐난다. 쉽사리 유괴범의 정체가 밝히지 않은 것도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밝혀진 유괴범이 유괴를 하게 된 이유와 아무리 회사중역이라도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요구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알기 전까지는 정신이 산만해질수가 없을 정도로 영화에 몰입하게 만들었다.(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곤도의 계략을 간파한 적대관계의 중역들의 소행인지 단순히 돈을 노린 유괴범인지 유괴를 한 이유를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더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긴 하지만 서로가 행복하고 아무 문제없이 행복하게 살았어요와 같은 그런 해피엔딩이 아닌 뭔가 여운이 남는 결말이다. 곤도를 곤란하게 만든 이유는 특별한 원한이 없이 단지 한 여름 더위에 잠을 못잘 정도로 열악한 집에서 사는 자기 자신과 언덕 위의 고급주택에 사는 그가 미웠기 때문이라는 범인의 말에는 뭔가 아쉬움을 더했지만(복잡한 사연이 아닌 너무나 단순한 이유로 사건을 벌인 것 자체가 아쉽긴 했다. 적어도 범인이 살아온 과정이 이러이러 했기 때문에 그런 분노와 적대감을 갖게 되었다는 당위성이 있었다면...) 그런 아쉬움은 털끝에 불과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범인이 착용한 미러선글라스에 놀랐고 그런 범인이 헤로인을 구하기위한 방문한 클럽이나 마약소굴에서 보이는 한글로 적힌 메뉴에 한 번 더 놀랐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본 영화의 중흥기는 50~80년대까지가 아닐까 싶다. 요즘 제작된 일본 영화를 안 보게 된 계기가 작품성이나 흥행면에서 보증되어 우리나라에서 개봉된 일본 영화 결정적으로 나와 안 맞는다. 글쎄 선입견일수도 있겠지만 몇 안 되게 본 대부분의 영화가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다. 무미건조함, 특색이 없어 보이고 화려함을 처발라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의 인상적이었던 영화는 없었다. 그나마 좋은 인상으로 기억에 남는 영화는 감동을 주는 영화 정도? 그마저도 사실 지루함은 어쩔 수 없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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