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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불편함처럼 영화에서는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상당히 느껴졌다. 그 불편함속에 어느덧 들었다놨다를 반복하다 보면 엔딩 크레딧이..."


- 이번 영화는 "밀양(Secret Sunshine, 2007)"이다. 넷플릭스를 통해서 봤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8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 정말 싫습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가 살짝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음.


감독: 이창동
출연배우: 전도연(피아노 강사, 이신애 역), 송강호(카센터 사장, 김종찬 역), 조영진(박도섭 역), 김영재(이민기 역)
장르: 드라마


포스터에 속았던 영화중에 하나이며 이창동감독의 첫 영화가 바로 이 밀양이었다. 포스터는 정말 말그대로 세속적인 사랑이야기를 다루는가 싶을 정도로 실제 영화의 분위기와는 너무도 다르다. "5월, 울어도 좋습니다... 웃어도 좋습니다"부터해서 "이런 사랑도 있다" 그리고 송강호님과 전도연님의 모습이 영낙없이 로맨스 영화의 스틸컷처럼 보이지 않는가. 영화에서의 이신애(전도연)는 전혀 포스터처럼 여성스런 느낌 보다는 모든 걸 잃어 금세 부서지기 쉬운 위태위태한 모습이며, 카센터 사장이자 김종찬(송강호)은 양아치 느낌이 나면서도 어리숙한 노총각의 모습이다. 어쨌든 각설하고 난 포스터를 보고 이런 영화일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뭐랄까 처음부터 영화는 어딘가 모를 정체 불명의 불안감과 불편감을 선사했다. 국도한복판에 차가 고장나 카센터수리를 부를때 조차, 또 그녀가 연고라고는 남편의 고향이라는 것밖에 없는 낯선 타지에 들어서는 장면, 이사 떡을 돌리러 다니다 양장점 사장에게 난데없이 얼마나 봤다고 인테리어를 바꾸라는 충고부터, 또 약사부부의 전도까지... 이 동네 얼마나 살았다고 김종찬은 갑자기 지역 회장(유지)를 소개시켜주겠다며 연락하는 장면들에선 나도 모르게 당장이라도 그 상황에서 모면하고 싶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모든 장면들과 상황들이 이 영화를 보는 데 상당히 애를 먹을 정도로 힘들었다.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에서 살고자 아들과 함께 그곳으로 가던 신애(전도연)는 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종찬(송강호)의 렉카 차를 얻어 타게 된다. 종찬은 신애를 도와 집 딸린 피아노학원 자리를 알아봐준다. 신애는 피아노학원을 열어 밀양에서의 생활을 시작하고, 종찬은 신애의 일을 돕는 등 그녀의 주변을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애는 이웃들과 저녁 늦게까지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집에 있어야 할 아들 준이는 없고, 곧이어 준이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는다. 납치범은 평소 땅을 보러 다니던 신애에게 돈이 많으리라 생각한 것이었지만, 신애의 전 재산은 실상 870만 원뿐이다. 얼마 후 아이의 사체가 발견되고, 준이가 다니던 웅변학원 원장이 범인으로 잡힌다. 아들의 죽음에 괴로워하던 신애는 이웃집 약사의 끈질긴 전도로 교회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마음의 병을 치유했다고 믿는다. 신애는 준이를 죽인 범인을 용서하기 위해 교도소로 면회를 가지만, 하나님께 회개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그의 말에 충격을 받는다. 이후 신애는 교회 부흥회를 찾아가 “거짓말이야” 노래를 틀어 훼방을 놓고, 이웃집 약사의 장로 남편을 유혹하고, 손목을 그어 자해를 하는 등, 하나님의 위선을 조롱한다. 얼마 후 병원에서 퇴원한 신애는 머리를 다듬기 위해 미용실에 들르지만 그곳에서 미용사로 일하고 있는 납치범의 딸을 만나고, 머리를 자르다 말고 그곳을 나와버린다.

 

무엇을 바라보며 이 영화를 봐야할 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그렇지만 8점이라는 평점을 줄 수 있는 것은 나도 모르게 영화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을 느꼈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부터며(<무뢰한(The Shameless, 2014)>의 김혜경 보다 이신애가 더 전도연답다라는 생각과 쩌리 캐릭터 역도 정말 잘 어울리는 송강호),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감독의 표현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그리고 이 내용의 줄거리에서 말이다. 그래서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앞서 언급했던 대로 어딘가 불편함을 느낀 채) 이 영화를 다 본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창동감독의 다른 영화는 어떨까. 극단을 달리는 설정과 거기서 무너지는 한 인물을 그리는 이런 영화 스타일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들도 있는지 말이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버닝, 초록물고기 등 여러 영화가 있는데 이 영화 때문이라도 꼭 보고 싶은 생가이 들었다.

 

한국 영상자료원에서 2014년 선정한 한국영화 100편에도 포함되어 있으며, 한겨레 신문사에서 선정한 <2019 한겨레 선정 한국영화 100년, 한국영화 100선>에도 포함되어 있는 영화다. 물론 그 선정목록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들로만 채워졌고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고 수긍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자타 영화전문가들이 심사를 하였으니 이 영화를 보지 못한 이들은 한 번쯤은 권하고 싶은 영화다. 단, 앞서 낯설음에 대한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는 분들께는 어느 정도 마음을 다잡고 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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