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작품이어서 그런가 그동안 봣던 다른 영화보다 이상한 불편함은 조금 덜 느껴진다. 그래도 감독 특유의 고독함과 관계의 이야기는 살아있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 느낌이 좋앗고, 오히려 지금의 설경구라는 배우보다 이 당시 설경구라는 배우가 연기로 보여주는 감정은 더 낫다고 본다."
- 이번 영화는 "박하사탕(Peppermint Candy, 1999)"이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8점
- 주의 스포일러가 살짝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음.
감독: 이창동
출연배우: 설경구(김영호 역), 문소리(윤순임 역), 김여진(양홍자 역), 박세범(신광남 역)
장르: 드라마
“야유회(1999년 봄)” 가리봉동 공단 출신들이 모인 야유회장에 등장한 김영호(설경구)는 광태를 부리다 달려오는 기차를 가로막고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친다. 그러자 시간은 거슬러가기 시작한다.
“사진기(사흘 전, 1999년 봄)” 사업도 망하고 아내(김여진)와 이혼까지 하여 인생이 만신창이가 되어 자살하려는 영호에게 첫사랑 윤순임(문소리)의 남편이 찾아온다. 병으로 죽어가는 그녀는 영호에게 카메라를 돌려준다.
“삶은 아름답다(1994년 여름)” 사업과 주식으로 돈을 벌며 순조로운 삶을 살던 영호는 어느 날 한 식당에서 이전 그가 고문했던 박명식(김경익)을 만나고, 그에게 “삶은 아름답다”는 말을 들려준다.
“고백(1987년 봄)” 형사로 일하는 영호는 박명식을 잡아 혹독한 고문을 하고, 박명식은 고문에 못이겨 정보를 준다. 영호는 박명식이 일기에 쓴 대로 삶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
“기도(1984년 가을)” 신임 경찰 영호는 처음 고문에 투입되어 양심의 가책으로 괴로워한다. 순임이 찾아와 그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그를 위해 카메라를 선물하지만, 그는 순임을 돌려보낸다.
“면회(1980년 5월)” 순임이 면회 오던 날, 영호가 속한 부대는 광주 진압 작전에 투입된다. 그는 혼란 중에 순임을 닮은 소녀를 실수로 사살하고 오열한다. 소풍(1979년 가을) 가리봉동 노동자들의 소풍에서 영호는 순임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고, 순임은 영호에게 박하사탕을 준다.
-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아마도 내가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볼 수 있었을까? 뭐 지금이야 다양한 방식으로(다운로드, 스트리밍, OTT 서비스 등) 원하는 영화에 접근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아서 좀 편해지긴 했지만 그런 방식들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블루레이나 디비디를 사서 본다든가, 케이블티비나 불법다운로드 등으로 봐야만 했을 것이다. (지금이야 생각이 좀 변했지만) 그런데 사실 이창동 감독에 대해 아무것도 알 지 못했던 시기에는 굳이? 라는 생각이 컸었다. 그런데 넷플릭스 가입한 후 여러 영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보니까 처음 밀양을 시작으로 이 영화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됐고 나도 모르게 감독님의 영향에 깊이 빠질 수 있게 되었다. 밀양과 버닝... 그리고 초기작품인 이 박하사탕까지...
2021.04.11 - [영화] - 밀양(Secret Sunshine, 2007)
2022.01.29 - [영화/넷플릭스관] - 버닝(BURNING, 2018)
밀양과 버닝을 보다보면 특유한 느낌이 든다. 글로 표현하기가 참 힘든 감정인다. 그냥 쉽게 알수없는 불편함?이라고 말할 정돈데.. 이게 무슨 감정이냐면 혼자가 아닌 상황속에서 상대방과의 관계 속에 예측할 수 없는 갈등 혹은 사건이 발생하는게 엄청난 긴장감과 불안감을 조성한다. 밀양에서 이신애(전도연)의 차가 고장났을 때 도움을 주며 친근감 혹은 치근덕거림?을 남발하던 김종찬(송강호)의 첫 만남과 버닝의 벤(스티븐 연)과 종수(유아인)의 첫 만남에서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사실 그 두 영화를 봤을 땐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여운이 강하고 길게 오래 남았다.
두번째 작품이라고 하는 이 박하사탕은 그런 불안감이 좀 덜 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니 여전히라는 표현은 맞지 않고 이때부터 이창동 감독 특유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와 캐릭터만의 독특한 고독함을 다루는 건 전매 특허인듯하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에서 느껴지는 심도도 이제는 아련함을 주는데 그게 또 영화의 백미다. 놀라웠던 건 어느 순간 강철중이 영화만 바꿔 출연하는 것처럼 보였던 설경구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설경구라는 배우의 연기보단 이 당시의 연기가 더 매력적인게 신기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당시 설경구는 제 37회 대종상 영화제과 제 36회 백상예술대상, 제 8회 춘사국제영화제 등에서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 돌아갈래. 영화의 진행은 시간의 역행, 현재에서 과거로 진행되는데 지금의 김영호가 왜 그렇게 됐는지, 어디서부터 잘 못된건지를 보여주면서 진짜 행복했던 그 때가 윤순임과의 첫 만남이었던 가리봉동 첫 야유회 장소인 그 곳에서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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