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럽다 혼란스워... 그래도 뭔가 강하게 끌리는 매력이 넘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 이번 영화는 "킬러들의 도시(In Bruges, 2008)"다. 네이버 시리즈 온을 통해서 봤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8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 정말 싫습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배우: 콜린 파렐(레이 역), 브렌단 글리슨(켄 역), 랄프 파인즈(해리 웨이터스 역), 클레멘스 포시(클로이 역)
장르: 범죄, 드라마, 스릴러
어째 원작명이 아닌 이상한 국내 개봉명처럼 전~~~~혀 킬러같이 보이지 않는 킬러 영화가 지금도 좀 낯설면서 특이했다. 그 누구보다도 여린 마음과 순수함을 갖고 있고 자연과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킬러라니... 뭐 어떻게 보면 어울리지 않은 길(킬러)을 걸었던 그들이 잘못된 일처리로 잠시 몸을 피한 곳 브뤼헤(Bruges)에서의 모습들이 솔직한 그러니까 진정한 자신들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뜻하지 않게 일처리 중 큰 실수를 하게 된 레이(콜린 파렐), 킬러의 세계에 발을 딛게해줬으며 티격태격 하지만 마치 친형처럼 레이를 보살펴주고 끝내는 그를 위해 목숨을 버리는 켄(브렌단 글리슨)의 브뤼헤에서 짧지만 알치게 보내는 그들의 모습이 킬러라는 가면 속에서 숨어 살아가던(억지로 맞춰 살아가던) 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이런 면에서 어쩌면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라 불리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뭐 이런 킬러들이 다있어?ㅎㅎㅎ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이 혼란을 주기도 한다.
콜린 파렐이라는 배우는 지난번 봤던 <더 랍스터(The Lobster, 2015)>라는 영화로 처음 알게 되었다. 물론 그전에 봤던 영화들에서 스쳐지나가거나 유심히 보질 않았기에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봤던 적도 있겠지만 난 이 영화를 너무 인상깊게 봤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콜린 파렐"이라는 배우라고 하면 이 영화부터가 생각난다. 그런데 또 하나의 영화가 생기게 되었다. 바로 이 영화. 그만큼 뭔가 좀 혼란스럽고 이상하지만 강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그렇다보니 그동안은 잘 모르고 지냈던 아일랜드 배우를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 레이의 콜린 파렐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레이보다 더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생각할 수 있는 켄 역의 브렌단 글리슨이다. 누가봐도 이 사람을 킬러라고 볼 수 있겠는가. 서글서글한 인상뿐만 아니라 문학과 예술에 대한 조예, 그리고 그 누구보다도 정이 많아 아들이나 동생같은 레이를 위해 목숨까지 버리며, 주종관계이지만 한때 해리(랄프 파인즈)와 관계를 짐작할 만한 성품까지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레이가 아닌 켄이다를 말하고 있다.
대주교를 암살하고 영국에서 도망친 킬러 레이와 켄에게 보스는 2주 동안 벨기에의 관광도시 브리주로 가라는 명령을 내린다. 브리주는 아름다운 중세풍의 관광도시로 낙천적인 넘버 2 킬러 켄은 관광을 즐기지만 혈기 왕성한 레이는 지루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레이는 거리에서 만난 매력적이고 비밀스런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켄은 브리주의 아름다움에 반하며 오랜만에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때, 킬러들의 보스 헤리는 켄에게만 명령을 내린다. 그것은 바로 대주교를 암살할 때 '킬러들의 규칙'을 실수로 어겼던 레이를 죽이라는 것. 그때부터 조용하고 아름다운 도시 브리주는 킬러들의 마지막 대결의 장소가 된다.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이 영화에 대해서 이것 저것 찾아보다가 좀 혼란스러웠던 게 있었다. 바로 내가 본 영화가 제대로 된 영화인가? 그러니까 삭제 장면이 다수 포함된 '국내용 상영작'을 본 것인가라는 것이다. 바로 <미공개 에피소드>라고 각 사이트에 동영상이 올라 온 것이 있는데 이 장면들은 본편에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광고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그 퀄리티와 강렬함이 아까울 정도다. 그 에피소드를 봐야 왜 자신의 지시를 거부한 켄을 응징하기 위해 벨기에까지 한 걸음에 달려간 해리가 절친한 친구처럼 용서를 하게 되는 지를 알 수 있는 장면인데 말이다. 레이에게 해리와의 관계를 잠시 언급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켄의 아내를 죽인 자를 대신 복수를 해줬다고) 미공개 에피소드에서는 그렇게 대놓고 참수를 하는 장면이었다니 놀랍기 그지없다.(네이버나 다음 영화에서 볼 수가 있다. 미공개 에피소드라 해 뭔 내용인가 싶어 보다가 깜놀)
아무래도 내가 봤을 땐 뭔가 국내용 제목과 포스터가 이 영화의 진가를 제대로 못살린거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단순히 포스터와 제목만으로 이 영화를 봤던 나도 영화를 보면서 적지않게 당황했을 정도니까. "왜 총격전은 없는 거야!, 언제 사건이 시작되는 거지? 어떤 커다란 새로운 임무를 하는 걸까?" 이 생각을 영화 중간까지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런 스릴러, 첩보, 스파이, 암살, 액션의 요소들은 없다. 그래도 속고 봤지만 앞서서도 이야기 했듯이 생각보다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다. 출연배우들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벨기에의 브뤼헤라는 도시의 아름다움(레이는 지루해 죽으려고 하지만)과 간접적이지만 그 도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스터를 보고 이 영화를 본다면 상당히 큰 오산이다.(그 포스터 자체도 너무 유치하게 꾸며놨다.) 하지만 꼭 볼만한 영화고 보고 나서 후회할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브로멘스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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