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의 장면이 아니었다면, 그냥 별다른 반전이 없이 끝났다면(반전이랄 것도 없겠지만) 내가 비정상인가 생각할뻔 했다."
- 이번 영화는 "도그빌(Dogville, 2003)"이다. 네이버 시리즈 온을 통해서 봤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10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열린 결말 정말 싫습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감독: 라스 폰 트리에
출연배우: 니콜 키드먼(그레이스 마가렛 뮬리건 역), 해리엣 안데르손(글로리아 역), 로렌 바콜(마 진저 역), 장 마르 바(큰 모자의 사나이 역)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아마도 이 만큼 독특한 감독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되지 않을까? 아니 이런 시도를 한 감독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컨셉충이라면 대단한 컨셉충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독특한 연출력을 갖고 있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그의 영화는 이 영화를 포함해 단 두편 밖에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그 어떤 감독들 보다도 이처럼 강한 인상을 준 감독은 없었다. 그 전에 봤던 윌렘 대포와 샤를로뜨 갱스브루가 출연한 <안티크라이스트(Antichrist, 2009)>와 이 영화. 두 영화 다 평범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 두 영화를 보고 나서 받은 충격과 심리적인 타격은 짧은 내 영화 인생에 잊혀지지 않은 추억을 준 영화. 전작은 음악과 독특한(살짝 기괴한 느낌) 배경, 난해한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면, 이 영화는 연극적인 느낌과 스토리, 좀 더 단선적이며 세속적인 플롯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영화가 시작했을 때 조악한 그림 지도와도 같은 배경에 단순함으로 도그빌에 대한 인물과 마을에 대해서 설명하는 표현장치라 생각했지만 영화의 98%가 마치 연극 무대처럼 단일 배경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적지 않은 기대감과 약간은 불안감(배우들의 연기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니까.)이 엄습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그레이스의 등장과 톰 에디슨의 만남에서 깨닫게 되었다. 각각의 출연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눈앞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실제 보는 듯한(연극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시도였고 성공적인 시도라 생각한다. 인물들의 심리적인 요소나, 시간의 흐름은 단순히 조명으로만 표현해도 열악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너무 잘 어울렸다. 그 전에 단순히 한정된 공간(무대라는 느낌보다는 장소라는 느낌이 강한)에서 스토리가 진행되는 영화는 몇 편 봤던 적이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연극 무대를 끌고 들어온 건 이 영화가 처음이었다.(데릭 저먼 감독의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 1993)>도 조금은 비슷하지만 이 영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치하다.) 그래서 그런가 이 영화를 보고 받은 충격과 매력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너무 인상적이었다.
록키 산맥에 자리한 작은 마을 '도그빌'. 이 평온한 곳에 어느 날 밤 총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한 미모의 여자가 마을로 숨어 들어온다. 창백한 얼굴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이 비밀스러운 여자의 이름은 '그레이스'. 그녀를 처음 발견한 '톰'은 다만 그녀가 갱들에게 쫓기는 신세라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그는 그레이스를 마을 사람들에게 인도하는데.
갑작스런 이방인의 등장에 경계심을 거두지 못하는 마을 사람들. 하지만 톰의 설득으로 그레이스에겐 마을에서 머물 수 있는 2주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리고 2주의 시간이 지난 뒤, 도그빌 사람들은 천사 같은 그녀를 받아 들이기로 결정한다. 고단한 방랑에 지친 그레이스에게 도그빌은 그렇게 행복한 마을이 되어가고, 그레이스는 자신을 보살펴주는 톰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 날 마을에 경찰이 들이닥치고, 곳곳마다 그레이스를 찾는 현상 포스터가 나붙는다. 소박하고 착해 보이기만 하던 도그빌 사람들은 점점 그녀를 의심하면서 변하기 시작하고, 숨겨준다는 대가로 그레이스를 견딜 수 없는 노동과 성적 학대 속으로 몰아넣는다. 결국 그레이스는 마을을 탈출하기로 결심하지만 그녀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개목걸이를 채우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른다. 그레이스가 숨겨온 단 하나의 비밀을...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본성은 외국이나 우리 나라나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이 영화의 무대를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로 옮긴다 해도 크게 위화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고립되고, 낙후되었으며 소수의 사람들이 살 곳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타지인이나 타인에 대한 배타적인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결국 그들은 남이고 새로운 누군가를 받아들이기에 그들이 살고 있는 곳과 환경처럼 좁아 보인다. 또한 얕은 지식이지만 그가 있는 곳에서는 독보적이다라는 이유로 남을 판단하고 동정하는 오만함과 거만함의 민낯과 인간은 본성은 전혀 선하지 않다는 것을(성선설은 뭐 까라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도 이 모토는 안티크라이스트도 그렇지만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기본적인 인간관인것 같다.
만약 이 영화의 결말(꼭 추천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결말 언급은 하지 않겠다.)이 내 예상과 달랐다면 분명 나는 더 이상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을 것이다. 그가 비정상인것인지, 내가 영화를 보는 식견이 좁거나 얕은 지식 때문인지 혹은 내가 비정상인지 헷갈렸을 번했지만 다행히도 결말은 내가 원하던, 그리고 예상하던 방향대로 흘러서 카타르시스의 극대화를 느낄 수가 있었기에 너무 괜찮았던 영화였다. 지난 안티크라이스트는 기분 나쁨이 전부였다면 이 영화는 다행이도 그런 기분 나쁨으로만 끝나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던 것 같다. 문득 다시 그 안티크라이스트를 본다면 처음 봤을 때와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는데, 솔직히 그럴만한 용기가 별로 생기지는 않는다. 차라리 그의 다른 영화를 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쨌든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어쩌면 마을 그 누구보다도 한심하고 개쓰레기 같은 비전(폴 베타니, 본 영화에서는 톰 에디슨)부터 그레이스 역의 니콜 키드먼, 순박함과 친절함이라는 가면을 뒤집어 쓰고 그 누구보다도 잔인했던 마을 사람들 연기했던 배우들 전부 연기력 하나 만큼은 최고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익숙한 배우들의 출연과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독특한 연출력을 한 껏 즐길 수 있는 영화였기에 혹시나 보지 못한 사람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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