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여정 속에서 반복되는 우정 시험. 짜증날 법도 하지만 티격태격하는 타헤이와 마타시치의 캐릭터는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숨겨진 요새의 세 악인(Three Bad Men in a Hidden Fortress, 隠し砦の三悪人, 1958)"이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8점
-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편협할 수도 있음
- 주의 스포일러가 살짝 포함되어 있을 수도 있음.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출연배우: 미후네 토시로(마카베 로쿠로타 역), 치아키 미노루(타헤이 역), 후지와라 카마타리(마타시치 역), 후지타 스스무(타도코로 효에이 역)
장르: 시대극, 스릴러, 액션
전국의 난세, 아키즈키 가문은 옆 나라인 야마나 가문과의 전쟁에서 지고 만다. 일확천금을 꿈꾸고 전쟁에 참가한 농부 다헤이와 마타키시는 모든 것을 잃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아키즈키 가의 무장 마카베는 후계자 유키 공주를 모시고 비밀 요새에 숨어 든다. 요새 근처의 샘에는 황금 200관의 군자금이 숨겨져 있는데, 다헤이와 마타키시가 우연히 이 황금을 발견한다. 마카베는 황금을 미끼로 두 사람을 회유, 적지를 통과해 우호국인 하야카와 영토로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마카베는 다헤이와 마타키시에게 황금을 짊어지게 하고, 유키 공주를 벙어리로 꾸며 요새를 떠난다.
구로사와의 첫 번째 시네마스코프 영화로, 대부분 야외 로케이션 촬영으로 이루어진 장대한 화면이 일품이다. 거칠 것 없는 호쾌한 전개와 흥미진진한 내러티브, 코믹한 분위기로 시종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오락영화의 결정판. 단순하면서 욕망에 충실한 소악당들인 다헤이와 마타키시 역을 맡은 치아키 미노루와 후지와라 가마타리 콤비의 호흡이 척척 들어 맞는 연기 또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1977)의 아이디어를 이 영화에서 얻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유명한 도입부 장면이나 마지막 장면이 모두 매우 흡사하다. 캐리 피셔가 연기하는 레아 공주의 캐릭터는 강한 의지와 정의감을 지닌 유키 공주의 성격을 모델로 했으며, 로봇인 C-3PO와 R2-D2의 콤비 플레이 또한 다헤이와 마타키시의 코믹한 상호 작용을 모델로 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국제비평가협회상 수상.
KMDb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영화 중에 5번째로 본 영화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그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미후네 토시로가 마카베 로구로타라는 인물로 출연한다.
특별한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다가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이 영화는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에 상당히, 지대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대표적인게 레아 공주와 3PO와 R2D2가 유키 공주, 타헤이와 마타시치로 캐릭터가 그렇다. 아니나 다를까 이 블루레이 타이틀의 부가영상을 보면 2001년 조지루카스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에 대해 인터뷰한 것이 포함되어 있다.
매번 이 당시의 일본 영화를 보며 생각이 드는 게 여러가지 감정이 혼합된다. 역사의 피해자(일제 강점과 한국전쟁) 입장에서 화가나는 부분과 유럽, 미국의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 봐도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수 많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치기까지 해 오히려 더 높은)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는 시기심, 그리고 그런거 떠나서 1차원적으로 영화만 봤을 때의 재미와 선망이 생긴다.
로드무비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전국시대 적대적인 가문에게 전쟁에서 패하고 절치부심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적들을 피해 피난의 길을 떠나는 과정을 코믹스러우면서도 긴장김있게 그리고 있다. 역시 선이 굵은 미후네 토시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으면서 한편으로 만담꾼들이 서로 티격태격하듯 환상의 케미를 보여주는 타헤이와 마타시치로 코믹스러운 연기도 볼만했다. 마상 결투라든가 효에이와의 1:1 대결은 특별한 스턴트 없이 연기를 해 그런지 위험한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성공적으로 우호국까지 탈출하고 벙어리 공주님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공주님으로 변신하는 유키 공주(발성이 근데 너무 좀.... 요즘 시대에 맞지 않는 듯), 진정한 절친 사이가 된 타헤이와 마타시치로, 아키즈키 가의 대표 호위무사의 위엄을 보여주는 마카베 로쿠로타 등 해피엔딩으로 영화는 끝이난다.
영화는 엄청나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대극이나 현대물도 정말 제대로 아우르는 감독의 저력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다음에 한번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다룬 다큐나 기타 자료를 한번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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