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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The Handmaiden, 2016)>의 충격을 이 영화로 정화시켰다. 고리타분하겠지만 이런게 박찬욱 감독의 영화지"

 

오랜만에 DVD타이틀을 보게 되었다. 박찬욱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리뷰라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감상문 수준임을 알리며..

 

꽤 오래전 2년 전인지 3년 전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은 나질 않지만 아마존에서 구입할까 아니면 그냥 국내 DVD 판매점에서 구입해서 볼까 고민했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박찬욱 감독영화는 블루레이로 봐 줘야할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DVD로 구입하기가 좀 꺼려졌지만(국내에서는 블루레이 버전은 발매한 적이 없다. 해외판은 있음) 그래도 해외 배송은 기본 10일 이상의 배송일이 걸리고 해서 DVD버전으로 구입하게 되었다. 

 

어쨌든 영화는 대만족이었다. 복수시리즈의 마지막격인 친절한 금자씨는 그 전의 영화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복수를 보여준다. 사실 아가씨 영화를 최근에 보고 조금 색다른 충격을 받았던 터라 정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전 내가 알던 어쩌면 비슷한 스타일의 영화로 그 충격을 좀 중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컸었다. 아가씨 영화를 내가 감히 "영화가 좀 별로네요"라고 할 수 없지만 한동안 영화를 끊었던(단절되었던) 내가 느끼기에는 이 영화보다 별로라는 생각이 든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과정과 참혹했던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 박찬욱 식의 소소한 코미디, 어디서 이런 소품만 구해다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장면과 배경들도 영화를 보내 내내 감동과 재미를 선사했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준 건 아무래도 카메오로 출연하는 수많은 배우를 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신하균, 송강호, 유지태, 류승완 등등... 그러고보면 이 배우들 기존 복수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 아닌가. 시리즈 마지막을 이런 재미를 선사해주니 감독도 아닌 내가 관객으로써 고마움을 느낄 정도였다. 

 

만약 나도 이런 사건에 휘말린다면 그 범인이 내 눈앞에 있고 무방비 상태로 있다면 영화에서와 같이 처절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아직 애가 없는 나로써는 충분히 그 분들의 심정을 백프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더 한, 더 잔인한 방법으로 응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면...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때나 지금이나 피해자를 위로해줄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부재중인 윤리 마저 사치가 되버린 미쳐돌아 가는 세상에서 영화처럼 해결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아.. 민식이 형.. 식탁 되게 좋아하네.. 이 영화보다 <악마를 보았다(I Saw The Devil, 2010)>를 먼저 봤기 때문에 당연히 김지운 감독에 대한 오마주인줄 알았는데 혹시나 찾아봤는데.. 이 영화가 먼저다. 다음 타자로 <박쥐(Thirst, 2009)>가 대기중인데 평점이 그닥이다. 과소평가를 받은 것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살짝 불안감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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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혼란스럽긴 하지만 영화는 재미있다"

 

"출연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남자가 아닌 여자들의 우정을 이렇게 표현하는 게.."

 

처음에는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가 생각이 났다. 버디 무비에서 약자나 소수자일 수도 있는 여자들만의 우정을 그린 델마와 루이스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그리고 인상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결말은 비극적이지만 그 과정은 한편으로는 통쾌하고 한편으로는 애잔했던 영화.

 

2016년 박찬욱 감독이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을 들고나온다고 들었다. 원작은 사라 워터스라는 작가의 빅토리아 시대의 레즈비언 역사를 핑거스미스라는 소설을 베이스로 한다는 이야기였다. 일단 믿고 보는 감독 중에 하나인 박찬욱감독이기에 어떤 영화일까 몹시도 궁금했고 출연 배우들의 빵빵함에 기대가 너무도 컸던 영화 중에 하나였지만 그 당시에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보지 못하고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원작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아가씨는 우리나라에 맞게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탐욕과 색욕으로 가득찬 신분세탁에 성공한 친일파 이모부를 두고 있는 일본 국적의 아가씨. 크게 한탕해서 지긋지긋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하는 숙희. 그녀와 짜고 결국 자존심은 지켜가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기꾼 백작. 묘한 조합의 캐릭터들이 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델마와 루이스 만큼의 비극적 결말이 아닌 결국 해피엔딩(이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이와는 대비 되게 좀 비정상적인, 얍쌉하며 쓰레기 같은 두 남자는 비극적 운명을 맞이 한다(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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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열린 마음이 아니거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익숙하지 못한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참 불편하다. 이 영화 또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 느꼈던 감정은 통쾌하다는 것과 만족감 들었지만 혼란스러움 또한 느꼈다. 어차피 영화의 태생 자체인 원작이 레즈비언라는 것이 큰 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사실 영화를 다 보고 영화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다 2016년 이 영화 홍보하던 거가 생각이 났다.) 사전 정보없이 둘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흐르는 것을 보고 설마 설마 하다가 충격을 받았다. 사실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사전 정보없이 영화를 봤기 때문에 '브로맨스'(어..이것도 남성적인 표현이네)정도라고 생각했었다.

 

첫번째 충격은 바로 이거 였다. 두 번째는 어찌됐든 이가 빠진 모양새지만 굵직한 작품으로만 따진다면 복수 시리즈 이후 박찬욱 감독 영화를 오랜만에 본 상황인데 뭔가 그 전과는 다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물론 고인물이면 썩기 마련이기에 콕 찝어서 말하기는 어려운 '다른 느낌'이 그가 변화하고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지만 나는 사실 그 전 '복수' 시리즈의 강렬함을 원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이게 어쩌면 소심한 충격일 수 있는 두 번째 충격이었다.'박쥐'가 그럴까? 이 건 곳 오니 보고 판단을 해야겠다. 

 

 

영화는 정말 재미있게봤다. 아니 너무 재미있게 봤다. 간간히 코믹적인 요소를 버무려주고 반전이라는 양념을 팍팍쳐줘서 2시간이 넘어가는 러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았다. 결말 자체도 내가 좋아하는 단선적인 권선징악이니 뭐 할말이 있겠는가. 이런 점에서 나는 내 나름 주관적으로 별점7점을 주고 싶다.

 

여담이지만 국내 정식발매된 블루레이 타이틀로 구입하려고 했지만 역시나 품절(불과 3년전인데) 혹시나 아마존 알아보니 의외로 우리나라 영화가 많았다. 거기서 구입한 제품이다. 웃긴건 2016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영화는 죄다 일본어 대사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도 그러했다. 곡성이야 일본어 대사가 크게 많지 않아서 영어 자막으로 돌려보면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 아가씨는 영어자막으로 봐도 좀 한계를 느꼈다.

 

끝으로 배우들의 열연과 소품과 배경 그리고 미적인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것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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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영문 제목이 Bat가 아닌 Thirst인지 영화를 보니 알겠다. 뱀파이어는 단지 핑계일 뿐"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박쥐(Thirst, 2009)"이다.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에 7점

- "단선적이며 권선징악, 깨부수거나 뭘 파괴하는 또 괴물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가끔 이상한 영화도 봅니다. 감상문 수준의 글이니 혹시라도 읽게 되면 가볍게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주의 스포일러 포함

 

나는 이제 박찬욱 감독의 영화가 맞지 않다라는 것을 이 영화로 인해 깨달았다. 딱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 2000)과 '복수 시리즈'까지만 내 취향의 영화인 것 같다. 영화는 봤지만 아직 여기에 글을 쓰지 않은 <아가씨(The Handmaiden, 2016)> 를 봤을 때의 기분 나쁜 충격과 혼란스러움은 2010년대 들어서 감독의 변화(그러니까 복수시리즈 이후의 영화)로 인해 그렇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되게 오랜만에 영화를 몰아보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얼마 간의 단절된 필모 사이에서 오는 혼란과 적응 과정이라 생각했지만 이 영화를 보고 확신이 들었다. 내 취향이 이제 아니구나.

 

영화의 내용과 결말이야 비극이다. 사제로서 항상 내적 갈등을 느끼며 죄책감과 무기력에 시달리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백신개발 실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결국 뱀파이어가 되버리고 마는 '상현',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살다 세들어 살던 집에 버려진 자기는 없고 노예와 다름 없는 목표 없는 삶을 살아가는 '태주' 그 둘은 '뱀파이어'라는 구실로 마음속에 숨겨놨던 어쩌면 숨길 수 밖에 없는 진정한 자아를 드러낸다. 그동안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잔뜩 응축 시켜놨던 스프링처럼 결국 한계점에 이르러 최고조에서 튕겨 오른다. 그런 그들은 끝을 모르고 달린다. 아니 그 끝은 결국 파멸인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영화를 보면 몇 몇 장면은 굳이 왜 등장하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또 그 의미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생뚱맞은 장면이  있다. 어차피 최고조로 비참해진 상현을 일말의 존엄조차도 사치라는 듯이 비참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문득 이 영화의 우리나라 제목이 '박쥐'지만 왜 Bat가 아닌 Thirst인지를 알게 되었다. 상현과 태주는 숨겨져 있던 욕망에 대한 끊임없는 갈증과 갈망을 느끼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결국 '뱀파이어'라는 능력이 도화선이 되어 그 욕망을 폭발시켜 일말의 자존심과 존엄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욕심과 게걸스러운 존재로 만들어 버린게 아닐까. 그나마 태주는 언제 끝을 내야하는 지를 알고 있다는 게 태주라는 캐릭터에 대한 마지막 예의겠다.

 

그 욕망에 대한 갈증과 갈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일 것이다. 모두들 '초자아'라는 존재로 인해 발현되지 않고 꽁꽁 싸매서 숨겨놓고 있지 않은가. 태주와 상현의 뱀파이어라는 능력이 일반인들에게는 '술'이라는 존재겠지.

 

이 영화에서도 다시 한 번 감탄했지만 감독의 캐스팅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주연급 배우들부터 조연급 배우들까지 그 누구 하나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연기력이라면 탑급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엄청난 호사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 어디서 이런 소품만 구해다 이런 분위기를 낼 수 있을까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장면과 배경들도 박찬욱 감독의 전매 특허가 아닐까(버금간다면 김지운 감독 정도). 태주가 사는 한복집의 소품과 배경에서 느껴지는 앤틱하면서도 어쩔때는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그 분위기는 최고였다.

 

아무튼 지난번 <루시 (LUCY, 2014)>에서도 느꼈던 감정을 이 글을 쓰면서 또 한번 느낀다. 이제는 내 취향이 아닌 영화를 제작하겠지만(예상 되지만) 그래도 어쩔수 없이 보게 될 나 자신이 좀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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