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불명(Address Unknown, 2001)
"생각보다 김기덕 감독 영화를 많이 봄. 그런 영화 중에 이 영화가 그나마 제일 쉽게 볼 수 있었던 영화같다."
- 이번 블루레이 타이틀은 "수취인불명(Address Unknown, 2001)"이다.
- 내 개인적인 평점은 10점 중 7점
-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편협할 수도 있음
- 주의 스포일러 포함
감독: 김기덕
출연배우: 양동근(창국 역), 반민정(은옥 역), 김영민(지흠 역), 조재현(개눈 역)
장르: 드라마
미군 혼혈인 창국(양동근)과 엄마(방은진)이 사는 공간인 버스. 실제 주소도 부여된 공간이며, 주변으로부터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터부시되는 공간이다. 그때는 왜 그랬을까..
엄마의 애인이자 개장수인 개눈(조재현) 밑에서 일을한다. 하지만 마음이 여려 끝까지 이 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그를 쓰겠다는 일터는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창국의 유일한 친구 지흠(김영민). 그는 미군부대 앞 화방에서 조수로 일하며 틈틈이 그림 연습을 한다. 하지만 그 역시 여린 마음과 우유부단함으로 답답한 모습을 많이도 보여주지만 심성은 착한 캐릭터다.
어렸을 적 오빠와 놀다가 오빠가 만든 장난감 화약총으로 한쪽 눈을 다쳐 항상 눈을 가리고 다닌다. 그녀의 오른쪽 눈은 그녀를 더욱더 움츠려들게 만들면서 극복해야할 장애지만, 모든 여건들이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은옥의 아버지는 6.25.전쟁 중 전사를 하여 남은 가족들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과 어머니의 부업으로 근근히 살아간다.
지흠의 아버지이자 6.25.전쟁 중 부상으로 한쪽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한다. 그는 빨갱이 3마리를 잡았다 마을 사람들에게 큰소리치지만 그의 상훈은 누락이되어 허풍쟁이 취급을 받는 존재다.
사춘기 소녀
천성이 여리고 착한 창국은 맞지도 않은 개장수 조수 짓거리를 그만두고 싶어한다. 하지만 혼혈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다시 개눈에게 돌아간 창국. 개소리인지 어른의 충고인지는 모르겠지만 애인과 그녀의 아들의 갈등을 단순히 해결하려만 든다.
동네 양아치 1, 2. 쓰레기들 중에 상쓰레기다. 지흠은 항상 그들에게 급여를 삥뜯기며 처맞기만 한다. 그리고 그가 좋아하는 여자친구인 은옥이 그들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무기력하기만 하다가 복수의 칼날을 갈아 화약총으로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하지만....
마을 인근에는 미군캠프가 있다. 은옥에게 수작을 부리는 미군 1. 그도 어쩌면 먼 타국에서 외로움과 목적의 부재로 헷가닥한다. 약쟁이자, 여자에게 미친 캐릭터(미성년자든 아니든 상관없다.)
은옥의 눈을 병신으로 만든 장본인 그 오빠. 한량 중에 천하의 한량이다. 동생이 미군에게 몸을 팔든, 어머니가 부업으로 인형눈깔을 붙이든, 유공자라 생각했던 아버지가 월북을 했다는 것이 밝혀져 간첩의 식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는 상황에서도 그는 철저하게 이기적이며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없다.
웃긴건 동네 양아치 1,2는 창국에게는 쩔쩔맨다. 싸움실력, 힘, 영어까지. 창국은 양아치에게 당하는 지흠을 몇 번이나 구해주기도 한다.
창국과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창국의 모(방은진). 그녀는 미군과 사귀며 창국을 임신하게되고 미군은 곧 그녀를 데리러 온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오매불망 그가 남긴 주소로 창국의 사진과 초청장을 요청하는 편지를 남기지만 항상 수취인불명으로 편지는 되돌아온다. 그런 그녀는 상황을 이겨내고 창국과 살아간다는 것보다는 그 미군의 편지를 기다리며, 동네 사람들과 끊임없는 마찰을 일으키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도 화냥년이라는 색안경으로 바라보는 동네 사람들을 좋게만 볼 수 있겠는가... 결국 창국모자는 철저하게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며 살아가고 살낱같은 희망조차도 반송되는 상황이다.
창국 모의 애인 개눈. 그는 한때 그녀와 사귀던 사이였다.
미군기지 맞은 편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지고, 미국기지의 이착륙하는 비행기 소음으로 마을의 고요함이 깨어진다. 창국모와 창국이 살고 있는 빨간 미군버스 앞에 우체부가 오자 창국모는 맨발로 달려나간다. 그러나 기다리던 미국에 있는 남편으로부터 답장대신 address unknown라는 붉은 직인이 찍힌 그녀의 편지이다. 이런 어머니를 증오하는 창국은 미국으로 보낼 자신의 사진을 찍으려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아무 저항도 못하는 창국모. 지흠은 또래의 아이들처럼 학교로 가지 않고 읍내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실로 향한다. 자신이 전쟁영웅이라고 떠벌리는 아버지에 비해 소심하고 나약한 지흠. 세상에 대한 기대로 없는 그에게 갖고싶은 것. 소중한 것은 단 하나. 바로 한쪽 눈에 백태가 낀 어두운 소녀 은옥이다. 은옥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희망은 지흠을 변하게 만들어간다. 어린시절 오빠의 장난으로 한쪽 눈에 백태가 씌운 은옥은 그 외모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쪽 얼굴을 머리로 가린 것처럼 세상에 대한 마음도 닫아버린다. 그러나 온전한 두 눈을 갖고싶은, 예뻐지고 싶은 소녀 은옥은 눈을 고칠 수 있다는 말에 미군 제임스와 가까운 사이가 되기 위해 영어를 공부하기 시작하고... 창국은 혼혈아라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죽도 밥도 아닌' 취급을 받는다. 개 잡는 끔찍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그를 받아주는 일자리는 없고, 그를 유일하게 받아준 개장수 개눈은 창국모를 애틋하게 사랑한다. 개눈은 창국에게 세상사람들이 얕잡아 보기전에 겁을 주라고 가르치지만 미국의 아빠가 자신을 데리러 올 것이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영어공부를 했던 창국이 원하던 삶은 아니었다. 끊임없이 돌아오는 수취인불명 편지처럼, 지흠, 은옥의 그 간절한 사랑과 행복을 꿈꾸던 희망은 그들에게 되돌아올 뿐이다.
KMDb-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
창국은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한다. 그를 괴롭히던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먼 길을 떠나려고 마음 먹는데, 첫빠따로 개눈부터 처리
개눈은 결국 죽고...
모자를 마약과도 같은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하는 징표인 문신이 새겨진 엄마의 젖가슴(사실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다면 그런 짓을 했을까? 단순히 타국에서 외로움을 달래려 만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표시)을 잘라내고 논바닥으로 다이빙을 한다.... 예전 케이블티비로 채널을 돌리다 본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었는데... 너무나도 여러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죽은 아들을 그리워 하며 창국의 모는 그렇게 자신을 태워버리고 만다.
지흠은 짝사랑하던 은옥을 괴롭히는 미군을 처단하다가 경찰에 잡혀가게 되고, 불량배들을 응징하다가 결국 감옥에 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훈련 중인 미군이 발견한 편지 한통... 버스가 불타기 전(자살하기 전) 집배원이 놓고간 편지가 날아가 논바닥에 떨진 편지를 미군이 발견한다. 그 편지의 내용은... 그렇게 답장을 기다리던 창국의 아버지로부터 온 편지였다...
그동안 김기독 감독의 영화를 생각보다 많이 봤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뭐,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비운의 감독이라는 표현이 맞는 건지, 자업자득의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감독이라고 표현하는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영화적으로 보자면 상당히 아름답거나 행복한 영화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드는 그 알수없는 기분은 나쁘지만은 않고 여운이 길게 남을 정도로 인상적인 것이 많았다. 이 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지금이야 좀 덜하지만(오히려 지방으로 가면 역으로 당한다고 하는 요즘이다.) 이 당시에 혼혈이라하면 무슨 점염병을 옮기는 환자마냥 멀리하고 놀리는게 다반사였다.
일단 영화의 주인공이 그런 존재다 보니, 해피 엔딩이라는 건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감독의 특성과 그동안의 필모를 본다면야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동안 봐왔던 김기덕 영화 중에 그나마 제일 쉽게 볼 수 있었던 영화가 아닌가 싶다. 양동근이나 방은진 등 연기는 뭐라 평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듣기론 양동근은 이 영화가 첫 영화 출연작이라고 들었는데, 뭐... 그냥 창국이 그 자체를 보여주고 있다.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이지만 블루레이 타이틀로 구입하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